아침 시간대 주시청층인 삼사십대 여성들을 위한 여성 드라마 <자매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닌 다섯 자매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를 거듭해온 여성의 문제를 차분히 꼽씹어보게 해줄 것이다.여자란 무엇인가? 여자의 삶이란 남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가. 결혼이란 또 무엇인가? 결혼의 참다운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행복이란 과연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세상에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이 이 땅위에 공존하게 되면서부터, 어쩌면 여자들은 숙명적으로 이러한 숙제들을 떠맡고 살아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또 그 할머니 때부터 차곡차곡 안으로 다져오고 쌓아온 한의 무게, 21세기를 눈앞에 둔 최첨단의 오늘을 살아가는 요즘 여성들도 이러한, 해를 거듭해온 진부한 숙제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명쾌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올 가을 MBC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새 아침 드라마 <자매들>에서도, 이러한 해묵은 숙제들에 대한 여성의 갈등, 고통, 번민, 그리고 희망들이 그 답을 찾아 몸부림칠 것이다. “드라마는 우선 재미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재미있게 보고 난 뒤에 감동까지 줄 수 있다면 연출로 신 더 바랄 게 없죠. <자매들>은 아침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여성 드라마죠. 드라마를 보면서 ‘그래 맞아, 어쩜 저렇게 내 얘기 같을까. 세상에 저럴 수가 있어’ 라며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수만 있다면 일단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는 드라마, <자매들>은 바로 그런 드라마가 될 겁니다.” 여성 문제에 대해 유달리 많은 관심을 가져온 중견 연출가 김지일은 이번 새 아침 드라마를 통해 여성들의 삶을 탄탄한 구성으로 그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우리의 드라마 사상 보기 드물게 두 개의 원작을 하나의 드라마로 엮어내고 있는데. 김진옥 원작의 <북두칠성>이 주인공 정남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얘기를 꾸려가고 있다면, 유덕희가 지은 <그대 잠 속의 나의 꿈>은 주인공 정남이의 생애를 보여주게 된다. 정남이의 어머니 서 씨는 딸만 다섯을 낳고 또다시 여섯 번째 딸을 낳다가 그만 세상을 떠난다. 아들을 못 낳아 시어머니와 시집 식구들로부터 구박과 천대만 받고 살다 죽은 어머니의 무덤가에서 어린 다섯 자매는 절대 시집 같은 건 가지 않겠노라고 맹세를 한다. 그러부터 이십 년 후, 어머니 기일을 맞아 자매들은 다시 어머니 무덤 앞에 모였다. 삼십대 중반인 큰언니 말숙(양미경 분)은 언어학 조교수로 무역회사 부장인 남편 석현(정동환)과 딸 미지, 그리고 시부무와 함께 산다. 결국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똑같이 가고 있다는 자각을 한 말숙은 어머니가 자신의 운명에 순응했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남편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둘째언니 말녀(이주경)는 건설회사 차장인 남편 병섭(남성훈)과의 사이에 아들 민석을 두고 있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아오던 그는 어느 날 남편의 오랜 외도를 알게 되고 방황 끝에 자살을 기도하나 미수에 그친다. 결국 남편이 데리고 들어온 은지를 자기 딸로 입적 시키고 다시 주부의 자리로 돌아간다. 넷째 기남(엄정화)은 여고를 겨우 졸업하고 호텔 경리로 일하고 있다. 동거중인 남자 강동수(최성준)와 티격태격 늘 싸우며 살지만 아이도 갖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막내인 제남(원지선)은 대학 졸업반으로 자식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언니들과 따로 떨어져 사는 동안 전형적인 신세대로 성장한 제남은 오렌지족 애인 진태(김진만)와 함께 자유로운 생활에 대해 늘 불만을 갖고 있지만 자매들 중 둘 사이가 가장 가깝다. 성격도 사는 모습도 갖가지인 자매들 사이에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주인공인 셋째 정남(홍리나)이다. 정남은 이십대 후반의 방송작가인데, 잡지사 기자로 일할 때 만난 신문기자 민규(차광수)와 동거 중이다. 이십 년 전의 맹세대로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고 오로지 자기 성취를 이루며 살다가 홀가분하게 죽겠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그와 결혼하자던 첫사랑 동민(김성일)과 헤어지게 된 것도 바로 그 원칙 때문이었다. 언니, 동생들의 일로 늘 휩쓸리며 살아가던 정남은 어느 날 의사로부터 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선고를 받게 되고 비로소 민규와 진정한 의미의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새 아침 드라마 <자매들>은 이렇게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태껏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아프지만 여자들 스스로가 뒤돌아보고 짚어보고 더듬어보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각 같아서는 원작대로 하고 싶었어요. 원작에서는 일곱 자매가 다 죽는데, 여자의 운명이랄까, 여자들의 감동적인 삶이 그대로 나타나 있죠. 그런데 너무 드라마틱하잖아요. 이제는 뭔가 현실적으로 여성 문제에 대한 돌파구도 찾아야 하고…” 다섯 여성들의 삶을 통해 시청자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연출자 김지일은 말한다. 사실 뭔가 뚜렷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시대물이나 역사물에 비해 일상적인 생활이나 사랑을 그리는 멜로 드라마나 생활 드라마가 더 어렵다는 게 연출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사랑이나 생활은 누구나 해보는 것이고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경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연출자 김지일이 내심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저녁도 아닌 아침 시간, 모든 것이 부산하게 살아 일어나기 시작하는 때에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에 붙잡아두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연출자로선 보통 일이 아니다. “제가 여자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리 잘 이해하려 해봐야 남성은 여성에서 타성인 것은 틀림없지 않습니까, 각색자도 남자이고… 아무튼 지금 심정으론 여자들의 시각에서 여자들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뿐이겠죠. 여성의 성 차별 문제나 고부간의 갈등 등의 여성 문제는 결국 여성들 스스로가 풀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그 상황을, 그 현실을 우리는 소박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너무나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자매들>은 연기자 역시도 우리들과 친숙한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큰언니 역에는 순박하면서도 억척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레 다가서고 있는 양미경이, 그리고 주인공 정남 역에는 요즘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맑은 눈의 연기자 홍리나가 맡아 열연한다. 그 외에도 정동환, 남성훈 등 개성 있는 연기자들이 <자매들>의 생애를 훨씬 더 실감나게 끌어갈 것이다. 10월 18일 아침 9시부터 매일 25분씩 방송될 새 아침 드라마 <자매들>. 우리는 그 속에서 어느 누구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평범한 삶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다섯 자매들을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홍보실 출판부 / parkjh199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