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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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획의도. 2003년 서울의 한 모퉁이에 27살 먹은 한 男子가 살고 있다. 그의 직업은 제비다. 돈 많은 여자를 유혹해서 춤을 추고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내는 게 그의 業이다. 그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일곱 살 먹은 딸아이도 하나 있다. 말하자면 미혼부다. 딸아이는 일년에 3분의 2를 병원에서 지낸다. 그가 번 돈을 딸아이의 치료비로 쓰고 나면 그는 라면만 끓여먹고 살아야 한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자이다. 고교 시절에 사람 하나를 패서 뇌사 상태(물론 나중에 의식을 회복하긴 했지만)에 빠뜨렸고, 덕분에 소년원에도 다녀왔다. 말하자면 전과자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제비인 삼촌 손에 자랐다. 10살 때, 삼촌에게 버림받고 부잣집 아들로 입양됐다. 삼촌에게서 버려졌던 날 운명처럼 만난 은환은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그의 인생에도 한때 햇살이 비쳤던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잣집 외동 아들로 입양이 되었었는데, 먹고 싶었던 건 뭐든지 다 먹고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하고, 정말로 꿈 같던 시절을 보냈다. 그 꿈 같던 시절은 딱 8년을 갔다. 8년 후 그가 17살이었을 때 그는 다시 파양을 당했고 버림을 받았다. 무슨 놈의 인생이 이러냐? 웬만큼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약이라도 두어 번 주워먹고 한강 다리에서 서너 번 뛰어내릴 생각도 했겠지만, 그는 언제나 희망에 넘쳐 있다. 미친놈처럼 늘 헤죽거리며 웃고 다니고, 최신 유머도 100개쯤 알고 있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죠? 하며 세상이 떠나갈 듯 유쾌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다시 한번 말하건데 그는 절대로 미친 사람이 아니다. 그를 지켜주는 힘은 사랑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평생 그 남자의 가슴에 파편처럼 남아 그 남자의 인생을 지배한 ‘채은환’이라는 여자와 ‘차보리’ 라는 자신의 딸이다. 그가 약을 주워 삼키고 싶을 때마다 그가 한강다리로 가고 싶을 때마다 그 사랑의 힘은 그의 손을 붙들고 다리를 잡는다. 채은환과 그 남자는 15년을 사랑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가슴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좋아한단 말 한마디도 못했다. 그들은 늘 엇갈렸다. 세상은 편견과 위선은 언제나 그들은 속이 고 괴롭혔다. 다른 연인들이 스킨십과 사랑의 언어로 소통할 때 그들은 딴죽걸기, 무시하기, 다른 상대와 연애하며 염장 지르기, 가장 재수 없는 말로 상대방 가슴 후벼파기 등 마음에도 없는 언행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슬퍼하지도 노여워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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