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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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자율학습에 빠지면 왠지 마음이 무거운 못난 범생이들과 그 식구들에 관한 영화다. 소년의 어머니는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며, 자식들 뒷바라지로 젊음을 보내고 다시 또 엄마 없는 어린 손자를 키워야 하는 당신의 깊은 한을 삭인다. 소년의 형은 어린 아들을 위해 하루종일 창구에서 지하철 패스를 파는 젊은 가장이다. 소년의 누나는 가족을 위해 오랜 직장생활을 하다가 꿈을 잃어버린 노처녀이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삶이 낯선 이들은, 정말 못나고도 답답하게 살아간다. 소년은 그렇게 자신을 묶어두었던 보충수업이 없는 하루를 맞았다. 그런데 오히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진공상태를 느낀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친구와 함께 노래방에 들러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다. 이들의 젊은 기운은 침침한 노래방안에서 잠시 메아리칠 뿐이다. (Mother secretly smokes a cigarette in the restroom and feeling sorry for herself because she has spent all her life taking care of her children, but now she still need to take care of her grandson who doesn’t have his mother. To support his son, elder brother works in a subway station, selling subway passes and tickets…) 연출의도. 누구나 그렇듯, 사춘기 때에는 참 고민이 많았다. 어른이 되면 대부분 접어두고 살아가게 되는 숱한 질문 속에서 처음으로 비관과 냉소를 배웠다. 또 벗어날 수 없는 주어진 자기 자리를 고개 숙인 모습으로 지켜 가는 어른들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권태를 안고 빈 가슴으로 살아가는지를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닮아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사춘기는 안쓰럽고 슬픈, 그래서 아름다운 시절로 남아있다. (My adolescence was also traumatic. I became pessimistic and rebellious while facing the numerous problems and questions we learn to accept as adults.... The memories of my adolescence are heartbreaking, but also beautiful because of the emotional and spiritual growth that I experienced.)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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