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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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의 영화음악을 즐겨 듣고,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길가의 도둑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택시를 타는 손님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엉뚱한 서울의 택시 운전기사가 있다. 그는 바로 <택시 블루스>를 만든 최하동하 감독이다.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느 여름, 서울을 누비는 7만대의 택시 중 한대의 택시를 몰기 시작한다. 하루 12시간, 주야 교대로 근무하며 20-30회 승객을 태워야만 8-10만원대의 사납금을 겨우 채우는 생활 속에 그는 택시 뒷자리에 앉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최하동하 감독은 그렇게 서울과 서울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다양한 갈등과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술에 취해, 광기에 휩쓸려, 눈물에 젖어 그의 택시 문을 연다. 차 안에서 풀어 헤쳐지는 삶의 진실 앞에 그와 그의 카메라는 무방비 상태다. 또 중요한 난관은 그가 1분 1초를 다투며 질주해야 그날의 사납금 10만원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차 밖에서 조여오는 환경의 시련과, 차 안에서 기다리는 예측불허의 인생군상 속에서 영화를 실은 그의 택시는 과연 안전하게 희망을 태울 수 있을까?서울에는 2만여대의 법인택시와 4만여대의 개인택시, 도합 7만여대의 택시가 시내를 누빈다. 보통 12시간 근무, 주야 2교대로 근무하는 택시 기사들은 하루에 20-30회 승객을 태워야만 8-10만원대인 사납금을 채우고 잔돈푼을 가져간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 구석구석을 달리고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옆자리 혹은 뒷자리에 앉힌다. 2003년 8월, 난 그 7만여대의 택시 중 한 대를 몰기 시작했다. 나는 남한의 수도 서울의 택시 운전사다.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하루 평균 200km 운행을 하고 20회 가량 승객을 목적지로 나른다.연출의도. 이 영화는 “택시”와 “블루스” 보다 “서울”과 “묵시록”에 가까이 있다. 관찰자인 택시기사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서울은 요한계시록의 구절처럼 온갖 상징과 모호함으로 도배되어 있다. 고담시의 끝은 멀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많은 승객들이 “말세”를 들먹이고 “희망없다” 하고 “뒤집어져야” 속이 후련하겠다 한다. 이 영화는 그들이 살아내는 도시적 삶과 종속당한 일상의 풍경들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현재의 관객들보다 30년뒤의 관객들이 그들의 도시적 삶과 일상적 풍경의 맹아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느낌으로 받아 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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