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금붕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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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의 허름한 고시원에서 홀로 살아가는 50대의 장필. 가난하지만 착한 장필은 같은 고시원에 사는 청년에게 돈을 빌려주지만 그에게 일자리까지 빼앗기고, 동네 골목에서 만난 여자에게 사기까지 당한다. 일상을 연명하는 것에 위기를 느낀 장씨는 우발 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심한 자의식에 빠진다. 감독은 고단한 삶의 리얼한 묘사를 위해 비전문 배우를 기용 하였고, 하이앵글로 고시원의 협소한 장소들과 골목길을 담아내며, 음악의 사용을 배제 하였다. 31개 샷과 60커트만을 사용, 형식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시도하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궁지에 몰린 사람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각박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빗자루, 금붕어 되다>는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없이 달동네 고시원에 기거하는 50대 장필의 이야기이며,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장필은 고시생을 모집하는 전단을 붙이거나, 목각인형을 깍아 팔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각박한 사회는 그가 소박하게나마 살아갈 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옆방에 사는 젊은이도 거리에서 만난 여자도 그를 진실되게 대하지 않는다. 영화는 순박한 장필이 어떻게 주변사람들과 사회에서 상처를 받고 범죄에 빠져드는지를 보여준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장필은 빠르게 수습하지만, 그후 깊은 망상에 시달린다. 영화 속에서 장필의 망상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등장한다. 어쨌든 그는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서로 존중하지 못하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우리 시대 하층민들의 모습이 CCTV 카메라의 시선으로 담겨있다. 인간의 존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한 공간을 묵묵히 응시하는 카메라는 단 한번도 움직이지 않고, 단 한 쇼트의 클로즈 업도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는 마치 CCTV 카메라처럼 어떤 도덕적 판단도 배제한 채 반복적 일상을 관찰하듯 담아내고 있다. 범죄의 사회학이라고 할만한 이 영화는 냉정한 시선으로 지독한 현실을 차갑게 드러낸다. (전주국제영화제 - 조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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