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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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한다.김유정의 [봄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장차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어”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벼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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